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그런 기사를 읽었다. 문화 예술 전반에서, 더이상 cool한 것이 미덕이 아니라고.
다시, warm한 것들....열정적인 음악, 신파조로 말초감각을 덥히는 드라마가 '뜨고' 있단다. 최근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나.

게다가, 그 <cool하다>는 것들만큼 유행에 민감한 것도 없다.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하루키나 류,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일본 작가들이 <cool한 문학>의 중심에 서 있었다. 글쎄, 지금도 그들을 cool하다고 볼 수 있을까...그건 잘 모르겠고.
여하간, 구닥다리 감각을 지닌 내게는 에쿠니 가오리도 그 대열의 끝 어딘가에, <cool한 작가>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 굴러들어온 도쿄 타워는....그래, 서늘하다. 그리고 청량하다. 하지만, 슬프게도....그 냉기를 감당하기엔 내가 너무 나이들어 버렸나보다.

토오루와 코오지, 그리고 시후미와 키미코. 그들 사이의 감정의 흐름을 세련되고 샤프하게 보여주는 에쿠니 가오리의 솜씨는 여전하다. 중간 중간 가슴을 찌릿하게 후비고 드는 문장과 만나는 기쁨도 쏠쏠하고.
하지만, 그 감정의 흐름이라는 것.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여 현실에만 귀속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우울해지고 비관적인 그런 감정의 냉기는....이젠 싫다. 싫다기 보다는, 견뎌지지가 않는다.
뜨끈한 온탕에 들어가서, 혹은 따뜻한 아랫목에 등을 누이며 "어어~ 시원하다~" 내뱉게 되는 것 같은, 그런 warm한 것들이 요즘의 내겐, 더 잘 들어맞는다.
토오루와 코우지 보다는, 키미코에게 자꾸만 감정이 이입되는, 지면에 나타나지 않은 키미코의 속내가 자꾸 들여다보이는 것도 책장을 넘기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었고.

그래서, 대체 어떤 것이 warm인데? 라고 묻는다면, 모른다! 그거야 알 도리가 있나. 아마도 머리보다 가슴이, 가슴보다 눈물이 먼저 읽게 되는 그런 것들이겠지.

아....뜨끈한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동면을 준비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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