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17. - 올해의 마흔 아홉 번째 책

★★★★

지난 12월, 차력도장 선정도서였던 처녀치마.

이상하게도 그 겨울에, 이 책만 집어들면 난독증에 시달렸다. 그저 가끔 화자가 바뀔 뿐인데. 이름 대신 성만으로 지칭되거나...시점이 교차되거나. 그런 트릭 몇 개가 불러왔다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치명적인 난독이었다.
요만큼의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하나하나 힘들게 읽어나가다가, 결국 마지막 단편 초입에서 못박혀...그 겨울, 나는 처녀치마를 끝내 다 읽어내지 못했다.

이 여름, 다시 집어든 권여선은.....이루 말할 수 없이 수월하다. 구석구석 박혀있는 보석...아니, 연마되지 않은 원석같은 문장들을 왜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울퉁불퉁, 때로는 날카롭게 마음을 헤집고 드는 문장들에 숱하게 베이면서도, 단숨에, 끝까지, 그렇게 읽어냈다.

나는 아마...반 년 동안, 조금, 늙고...지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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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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