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0년 4월
구판절판


그는 계속 가르친다. 그렇게 하면 기운이 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그를 겸손하게 만들어주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실감케 해주기 때문이다. 배우러 온 학생들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데, 가르치러 온 교수는 가르치면서 가장 예리한 교훈들을 얻는다. 그가 그 아이러니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는 이런 것에 대해서는 소라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상황에 비춰봐도, 거기엔 아이러니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0쪽

그는 오후에 무모한 섹스를 한 후, 만족감에 눈이 풀린 채 집으로 돌아오는 엠마 보바리를 생각해 본다. '그래, 이게 행복이야!' 엠마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말한다. '그래, 이게 시인들이 말하는 행복이야!' 만약 가엽고 유령 같은 엠마가 케이프타운에 온다면, 그는 목요일 오후 그녀를 데리고 가서 행복이 무엇인지 보여주리라. 적당한 만족감, 적당해진 만족감. -11쪽

그가 말한다.
"굉장히 아름다워. 나는 네게 무모한 일을 제의하려고 해."
그는 다시 그녀를 만진다.
"여기 있어. 오늘밤 나하고 같이 지내."
그녀는 커피 잔 위로 그를 찬찬히 바라본다.
"왜요?"
"그래야 하기 때문에."
"왜 제가 그래야 하죠?"
"왜냐고? 여자의 아름다움은 여자에게만 속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그것은 여자가 세상에 가지고 오는 박애심의 일부야. 여자는 그것을 나눠가질 의무가 있지."-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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