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 - 에로티시즘과 선 그리고 비틀림의 미학 재원 미술 작가론 9
박덕흠 지음 / 재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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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를 안 건, 미술치료 강의에서 였다. 고흐, 모딜리아니, 프리다 칼로와 함께, 가장 '연구 해 볼 만한' 심리의 소유자.
처음 만난 그의 그림은...한숨이 날만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의 작품과 인생에서 아름다움...의 새로운 지표 하나를 찾았다.
머리로 이해하는 대신, 가슴으로 공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159p '얼싸안은 두 여자' 1915.

얼싸안은 두 여자..라는 제목이지만, 사실 뒤의 여자의 얼굴은, 아마도 인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몸은 또, 여자가 아닌 남자의 근육 같기도 하고.

시선을 돌려 화면 밖을 응시하는 여인의, 도발적이면서도 공허한 눈빛이 마음에 든다.

따라그리기...를 시작했다. 이것은, 페이퍼에도 밝혔듯이 일종의 '오지랖 넓은 진혼곡'이다. 아픈 삶을 짧게 살다간 화가, 세상에 이해받지 못한 그의 고통을 조금은 위무해 주고 싶었다. 그의 작품을 내 방식대로 부드럽게, 아름답게 쓰다듬으면서....
하긴, 이 작업은 에곤 실레에게는 전혀 무의미한 일이다. 그냥, 나 나름의 독후감일 뿐.

뒤표지. 서 있는 누드. 1910
그림 속 소녀는 아주 어리다. 미숙한 젖가슴과 동심의 빛을 잃지 않은 이마.
아마 이 아이는, 이 모양새를 엄마에게 들키면 얼마나 혼이 날까...하는 생각과 젊고 재능 있어 보이는 화가의 모델이 된다는 유혹적인 영광 사이에서 무진 번민하고 있을 것이다.
도톰한 입술이 참 어여쁜 아이. 하지만 결코 예쁘지만은 않은 그림. 실레는, 도대체 이 여자아이에게서 무엇을 읽어내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역시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라는 사실이 단박에 탄로난다. ㅡ,,ㅡ 머리와 몸의 각도가 아주 조금 틀어졌을 뿐인데도, 내 그림 속 여자아이는 허리에 깁스라도 한 듯 뻣뻣하네....
하지만 꼬마 아가씨, 그 귀여운 입술을 최대한 이쁘게 그려주려 했으니, 결레를 용서해 주길....

팔꿈치에 무릎을 대고 앉아 있는 여자, 1914
결코 아름답지 않은 몸, 한 점의 수치도 없이 화가 앞에서 자연스럽게 풀어진 그 모습이...내게는 일종의 경이, 로까지 보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기는 참혹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꽃으로 미화된 조지아 오키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예쁜 선..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주 마른, 불쌍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ㅎ...

엄마와 아이, 1910

작품명은 엄마와 아이...그렇지만 내 그림 속엔 아이는 없다. 어쩐지, 이 요염한 여인에게서 엄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
스스로를 편견 없이 열린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런 의외의 보수성에 맞닥뜨리면, 흠...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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