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아트 다빈치 art 13
장 뒤뷔페 지음, 장윤선 옮김 / 다빈치 / 2003년 10월
절판


빌 트레일러의 '발길질 하는 남자'. 언뜻 봐도 질나쁜 종이에 색연필과 포스터칼라로 그린 그림. 빌 트레일러는 노예로 태어났다가 남북전쟁 후 해방이 되었지만 평생을 소작인으로 살았단다. 나중에는 노숙자가 되었는데, 세상에나 85세에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죽기까지 3년동안 1500매가 넘는 작품을 남긴다. 도대체, 무엇이, 여든 넘은 노인에게 그림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을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슬퍼지기도 하고, 즐거워지기도 하는 신기한 그림이다.

안나 제만코바의 작품. 나는 조지아 오키프의 꽃그림을 참 좋아하는데....이 외계식물의 확대판 같은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뭐라 할까...조지아 오키프의 꽃에서 강렬하고 거친 정수만을 뽑아 재현한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모튼 바틀릿은 1909년에 태어나 여덟 살에 부모를 잃었단다. 이것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까? 그는 여든 세살에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았다. 사후 그의 집에서 15개의 인형이 발견되었는데, 모두 아기부터 열다섯 살 정도의 아이 인형으로, 옷과 가발, 액세서리, 별도의 머리 부분과 손, 발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스물 다섯 무렵부터 30년 동안 진행된 비밀스러운 인형 만들기....석고로 만든 인형의 크기는 등신대의 1/2 정도, 해부학 책까지 참조하여 치아 하나까지도 정확하게 재현했다 한다.

모튼 바틀릿은 인형에 직접 만든 의복과 액세서리를 착용시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 소녀', '발레 레슨을 하는 소녀' 등 시나리오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 정도로 정교한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고충을 생각해 보면, 혼자서 비밀스러운 인형놀이를 즐기는 이 사람의 치열한 외로움이...섬뜩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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