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개정판
베티 스미스 지음, 김옥수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 책과 연대기를 아무리 달달 외운다 해도, 그 당시, 그 거리, 그 사람들의 사는 냄새를 맡을 수는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 자전적인) 작가들의 성장소설은 가장 생생한 역사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프랜시의 삶을 엿보지 못했다면, 20세기 초 브룩클린 거리를 내가 어찌 느낄 수 있었으랴. 시멘트를 뚫고 나오는 그 나무를, 반품된 빵을 헐값에 파는 빵공장을, 웨이터 일을 하던 아빠의 일회용 칼라를. 무엇보다도 그 마음...시대를 관통해서 느껴지는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의 눈을, 알 수는 없었을게다.

아름답고 현명한 엄마, 역시 근사한 외모에 재능 있는, 그러나 인생에서 잠깐 헛디딘 발을 거두지 못하는 술주정꾼 아빠, 그리고 프랜시와 닐리. 배고픈 삶이지만 매일 읽는 성경과 세익스피어, 아빠의 멋진 노래, 엄마의 피아노 소리가 버무려진 그들의 일상은 그리 비루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베티 스미스 특유의 문장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했다. 그녀의 글을 조용한 허밍같아서, 슬프고 아픈 일도 부드럽게 갈무리해준다. <사건> 안의 <마음>을 엿볼 수 있도록.

누구의 것이든, 유년은 들을만한 이야기거리이다. 어느 시절 어느 토막이든 듣는이를 매료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그래서 난 여전히, 성장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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