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매일 오후 네 시, 당신의 집에 원하지 않는 불청객이 찾아온다면?"

아멜리 노통은 문득 떠오른 이런 질문에 치열하게 덤벼든 것이 아닐까? 그녀라면, 집요하고 명민한 그녀라면, 일상 속의 짧은 의문도 한 권의 책으로 갈무리 할 수 있을 성 싶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기러 귀향한 주인공 부부에게 매일 오후 4시에서 6시, 불쾌하고 접대하기 힘든 불청객이 찾아온다.-
가끔 느끼는 바이지만, 어떤 종류의 '뛰어난 작품'들은, 그 줄거리를 요약해서 쓸 경우 비참할만치 초라해진다. 문장과 구성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탁월한 조미료가 뿌려져 있기 때문에, 그 내용만을 건져내면 마치 어항에서 건져올린 열대어처럼 보기 흉해지는 것이다. 노통의 책도 그러하다. 줄거리만으로는, 내 부실한 감상문으로는 이 책이 주는 느낌을 다 표현해내기가 벅차다.
사실, 에밀(주인공이다)이 베르나르댕씨(불청객이다)에게 적응해보려 장광설을 늘어놓는 즈음에서는 스티븐 킹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개연성이 부족한 상황에 미덥고 현란한 요설을 동원하여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이 스티븐 킹의 특기, 그라면 이 묘한 상황의 지루함을 숨막히는 스릴러물로 둔갑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베르나르댕씨의 부인이 등장하면서 작품은 노통 특유의 흡인력을 발산한다.

특이하지만, 놀랄만치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일상을 침범하는 이해하기 힘든 폭력(기실, 따지고 보면 폭력이라 이름붙이기도 모호한)이라는 점에서는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앙리 프레데릭 블랑)이 떠올랐고, 갑자기 나타나는 불쾌한 불청객이란 소재에서는 <소설을 훔친 남자>(스티븐 킹)가 연상되었다.
사실, '새롭다'라는 조미료가 빠지면, 아멜리 노통의 소설은 얼음을 넣지 않은 콜라 같아진다.
여전히 짜릿하지만, 이전에 접한 작품 중 일부처럼 "죽인다~"는 탄성이 절로 나올만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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