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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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관한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지>와 <아Q정전>은 어쩐지 재미있어서 몇 번 되읽어 본 책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어느 무렵인가 두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참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최근,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며 나는 강력한 기시감을 느꼈다. 허삼관과 그의 아내가 나누는 대화, 그들의 성품이 꼭 어디선가 본 듯 했다. 진솔함과 아둔함 사이, 그 어딘가쯤에 위치한 그 무엇....자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고 귀여운 어떤 것.... 내가 아는 어휘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성품의 주인공들은 대지, 아Q정전 속의 등장인물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재미? 유쾌하다고 하기엔 가슴 한 구석이 무거운, 흥겹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엄숙한. ㅎㅎ 그 재미 또한 내가 아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평생 배워도 못 깨우친다는 방대한 중국어에는 내가 느끼는 이런 모호함을 명료하게 그려낼 수 있는 단어가 있겠지?

황석영의 단편집 <삼포로 가는 길>에서 우리나라 빈곤층의 매혈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씁쓸한 속쓰림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허삼관 매혈기>. 한 번 설명할 말을 잃으니, 말하다 혀를 씹듯 글이 씹힌다.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그 '모호한 재미'를 맛보려면, 한 번 읽어보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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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0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11-0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맞아요 맞아. 펄벅이 중국작가는 아니죠.^^ 고마워요~ 구렁이 담 넘어가는 말투로 수정했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