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바이 겐조 EDT - 여성용 30ml
겐조퍼퓸
평점 :
단종


"언니, 이거 맡아봐요."
그녀가 대뜸 손목을 내민다. 화한 느낌에 멈칫할 틈도 없이, 이어지는 맑은 꽃향기....
"아, 겐죠 플라워?"
"응, 아~~~너무너무 좋아~~~~"

사실 이 친구가 손목을 내밀기 전까지는 향수를 뿌린 줄도 몰랐다. 그런데 한 번 향기와 조우하고 나자...그 꽃향기가 계속 나를 잡아 끈다. 사람 많은 신촌 거리, 어? 하고 향기의 끈을 놓쳐 뒤돌아보면 그녀는 몇 사람 뒤에서 처져있곤 했다.
리본이다. 향기 좋은 꽃다발에서 길게 늘어진 리본 끝자락을, 오후 내내 따라다녔다.

원래는 나도 함께 사기로 했던 향수다.
개성이나 독기라곤 없는 달콤한 과일향, 꽃향만을 즐기던 내게 예쁜 용기와 '플라워'라는 부제는 매우 유혹적이었다. 그런데 첫 시향, 공기 중에 확 퍼지는 향기는 어쩐지 날카롭고 독한 것만 같았다. 나는 그걸 '약품 냄새'라고 느꼈고, 그래서 이어지는 개운한 꽃향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며칠 전의 수이드림도 그렇고.... 한 번의 시향, 특히 퍼스트 노트에 대한 느낌만으로 향수를 판가름하는 것은 매우 미욱한 짓인 듯 하다. 하나...갖고 싶어졌다.

꽃의 리본을 따라다니던 어제의 기억에 미소지으며, 수이드림을 조금, 아주 조금 손목에 뿌렸다. 나는 누구의 코 아래 손목을 대 줘야 할까?
오늘 하루 누군가, 내 꿈의 리본을 눈치 채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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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30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향수보다 리뷰가 더 향기롭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