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14. -올해의 105번째 책

★★★

책 속의 단어들이 싫었다. 전반부에 질리도록 나오는 시즙(시체의 즙)이란 말이 제일 진저리나게 싫었고, 흘레라는 말도 어쩐지 낯설고 뻔뻔하여 싫었다.

문장들도 싫었다. '소리들은 낯설었고, 낯설어서 반가웠으며, 친숙했다.' 너무도 빈번하게 출몰하는 역설, 중의, 반어들이 정신산란했다.

의미 없이 겉도는 듯한 오줌이니...밑살이니....사타구니니....'자연의 것 그대로라 아무렇지도 않다, 탄생의 비의를 담은 고귀한 것이다 '라고 힘주듯 계속 반복되던 흘레, 혹은 교미와 관련한 것들이, 때아니게 비화와 아라의 동성애로 불거질 때 즈음해서는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전반적인 사태(?)를 조합해볼때....나는 언제부터인가 김훈을 싫어했던 모양이다. ㅡ.ㅡ;;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우유부단하게 묘사되긴 했지만 흐릿한 성품인 그대로, 존재감은 뚜렷했다. 책 속에서 인물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사실...어쩐지 끌려서 팬레터를 쓰고 싶을 정도로.^^:)
헌데 우륵은 당최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주인공도 나레이터도 아닌...뭐지?
그리고 가야금이 칼보다 더 폭력적인 도구인가? 칼의 노래에서보다 현의 노래에서 더 많은 살생과 도륙이 묘사된다. 난무하는 칼자국, 튀는 살점과 피 때문에 속이 안 좋다. 끙...책을 빌려 준 책나무님이 괜히 씁쓸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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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0-1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째 '뮈토스'하고 '하늘의 문'우려먹는 이윤기씨 짝이 아닐까 요즘 생각한다죠. 사실 저양반 하고싶은 얘기는 풍경과 상처에서 거의 다 했지 않을까 싶어서 -_-

근데 디카 건강하시우? 내가 그때 다른 기종 몇가지 적극 추천해줄껄 -_-;;;

2004-10-15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암리타 2004-10-1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김현 작가의 필력과 문장 솜씨는 뛰어나다고 많은 분들이 얘기하지만, 전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학성은 떠나서 대중적인 흡인력 측면에서는 다소 뒤쳐지는 작가는 아닐런지 제 자의적으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