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금까지의 화장품리뷰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 내가 쓰는 화장품은 주로 중저가의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화장도 시들해져서 중저가에서 '초저가' 제품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그러니 오늘 쓰는 이 리뷰, 랑콤의 데피니씰 마스카라는 당근 내 것은 아니다. 엄마가 둘째 딸에게 선물 받은 것인데, 요 근래 화장하며 두어 번 써 본 것.
랑콤 마스카라에 대한 기억은 근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대학 다닐 때였지....명절이라 식구들이 모인 가운데 외출할 일이 있어 고모의 화장품 파우치를 빌렸었는데, 거기에 이 랑콤의 마스카라가 들어있었다. 쪼그맣고, 아주 오래 쓴 듯 거의 바싹 말라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마른 마스카라가 속눈썹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길게 표현해 주는 것이었다! 마스카라는 랑콤이라던 것이 헛된 명성이 아니었구나...하면서 나중에 돈 벌면 꼭 사서 써보리라 했는데. ㅎㅎ 아직까지 한 번도 안 사봤다.
앗, 잡설이 길었군. 본격적인 사용 소감을 풀어놓자면
최대강점은 역시, 자연스러운 표현력! 현재 쓰고 있는 마몽드나 여타의 마스카라와 비교해 볼 때, 느낌 자체가 다르다. 기존의 마스카라는 속눈썹에 딱딱한 막을 씌워 길게, 높게, 풍성하게 만드는 느낌이 드는데, 데피니씰은 그렇지가 않다. 몇 번이고 덧발라도 촉촉한 느낌에, 속눈썹끼리 뭉쳐서 굳어지는 일이 없이 길어진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움은 몇 가지 필연적인 단점을 동반하는데....제일 먼저, 잘 마르지 않는다는 것. 촉촉하고 부드럽기에 그랬나? 오늘 더운 날씨에서 약간의 땀을 흘리며 화장을 했는데, 한참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조금 부주의하게 눈을 깜빡이자 위아래로 묻어 났다.
두번째로, 효과적인 컬링이 되지 않는다는 점. 딱딱하고 쾌속성일 때 힘을 받아 팍팍 올라갈텐데,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니 컬링 효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세안 시 매우 부드럽게 지워지고 눈에도 자극이 적었다. 전반적인 총평을 내려본다면,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구입해서 써 보고 싶은 제품이다. 땀 많고 마스카라 잘 묻어나는 나로서는, 아마도 여름은 피해서 쓰는 게 더욱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