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강도 - 네버랜드 Piture books 03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양희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토미 웅게러. 이름부터 심상치가 않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기 전부터 숱한 평가를 들어왔기에, 마치 잘 알고 있는 작가 같건만...어라, 생각해보니 <세 강도>가 토미 웅게러와의 첫만남이다.
무섭다는 아이들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는 아이들도 있다는데, 역시, 진이와 나는 엽기 모녀인가? 우리 취향엔 딱이다.^^

내 경우,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상상력이 한결 풍부해진다.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을 펼치면 머리 속에서 잡힐 듯 말 듯 한 BGM이 들려 온다. <세 강도>도 그랬다. 그림을 들여다 본 순간, 쿵쿵 울리는 멋진 음악이 머리 속에서 들려왔다. 읽어 주는 목소리도 달라진다. 음흉하고 무섭고 긴박하지만, 어딘가 인간적인...그런 목소리. 툭툭 내 뱉듯 떨어지는 문장과 개성 있는 그림이 잘 어우러져서 낸 효과이리라.

여기까지 쓰다가 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딸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진아, 아까 읽은 세 강도, 어땠어?" ㅎㅎ, 적당한 단어를 찾느라 눈이 반짝 하지만, 딸리는 어휘력에 몸짓이 먼져 나온다. 양팔을 옆구리에 대고 파닥파닥. 저 몸짓과 표정은 분명 '흥미진진했다, 재미있었다'인 것 같은데...재차 묻자 막상 나온 단어는 "무서웠어."다. 야, 그 표정이 어딜 봐서 무서운 표정이냐?

그림책은 다양한 세계, 다양한 감정과의 조우라고 생각한다. 가끔 논리에 어긋나거나 순화된 것이 아니라 해도, 그 나름의 조화를 갖고 있다면 좋은 책일 것이다. <세 강도>에서 개과천선의 교훈을 찾고 싶지는 않다. 터프한 그림, 터프한 내용, 어린이를 매혹하는 어두운 힘이 있는 이 그림책은, 그 분위기 자체만으로 충분히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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