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읽기 전에 제목에 먼저 반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외우기 힘든 이 긴 제목은 표지에서 턱을 고이고 있는 귀여운 여인이 내게 직접 말을 건네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리고 저자의 약력에 반했다. 사실 이 작가, 마르크 레미의 약력(전업 작가가 아닌 건축가이다.)과 책을 쓴 동기(10~15년 후 아들이 읽을만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단다!)는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그 완벽함은 책 속 날개에 실린 사진 속의 완벽한 얼굴, 완벽한 미소가 더해지면서 미심쩍기까지 하다.

아주 정통적이라 할 만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출발선이 매우 독특하다. 남자는 모든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될만한 멋진 청년이지만, 여자는 코마에 빠져 있는 육체에서 빠져 나온 생령이니까. 출발이 황당하니, 작품의 참신함을 위해 억지를 쓸 필요가 없다. 이야기는 숱한 로맨스 영화, 소설, 만화에서 부분 부분을 빚진 듯 평이하게 흘러가지만, 색다른 설정 때문에 진부하지 않다.
전업작가가 아니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침착하게 문장을 구사하는 마르크 레미의 역량도 일조했으리라. 전반적으로 책은 로맨스 소설이면서도 어딘가 품위있는 느낌을 전해서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 주었다.  

즐거운 책 읽기였지만, 한 두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었다. 뒷 날개에 버젓이 책의 결말부분이 씌여 있는 것은 좀 황당했다. 아무리 추리소설이 아니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지만, 나같이 추리력 젬병인 사람든 그래도 나름대로 결말을 궁금해 하며 설레이고 있던 참인데. 마땅한 책갈피가 없어 뒷날개를 끼웠다가, 얼결에 결말을 알아버리고는 책읽는 재미가 조금 덜했다.
그리고 사적으로, 맨 뒤의 옮긴이의 말은.....좀 길었다. 번역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글은 좀 주의산만하게 쓰시는 것 같다. 책을 덮고 느꼈던 감정을 좀 먹는 역자 후기라 한다면, 지나친 혹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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