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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맛있어 ㅣ 어린이 들살림 1
도토리기획 엮음, 양상용 그림 / 보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이라고 다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 관련 지침서를 읽어오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머리로 이론을 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것을 직접 체험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짜지.^^
<고구마는 맛있어>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더 적합한 그림책이다. 요즘은 백과사전이나 도감의 성격을 띤 이런 그림책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재미는 좀 떨어진다. 지식 전달이라는 목적을 내재해서 그런가?

솔직히 그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은 눈에 소박한 차림새를 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느끼지 못하는 데에는, 미의 기준을 서양에 맞춘 채 자라나고 살아가는 나 자신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린이의 시대착오도 한 가지 이유다. 나는 농촌의 삶을 잘 모르니까....하며 아무리 타협해 봐도, 이 아이들의 사는 모습은 요즘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린이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닐까? 하긴, 좀 지난 세대의 농촌 풍경이라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결정적으로 내가 못마땅했던 것은, 그림 속에서 전반적으로 풍기는 비루함...슬픔, 그런 느낌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힘겹고 궁상스러워 보이는 것. 이것이 온전히 나의 선입견 때문일까?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좀 더 생명이 느껴지는 활기찬 그림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가라앉았던 기분이 일시에 즐거워지는 페이지도 있다. 고구마가 등장할 때!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구요~’하고 뽐내기라도 하는 듯, 바구니 안의 고구마는 침이 뚝뚝 흐르도록 생생하다.

마지막 네 페이지를 할애한 고구마와 뿌리 작물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다. 저학년 뿐 아니라 중학년/고학년 어린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실한 내용이다.
그림책을 평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얘기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의 그림책이고,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여기저기 엿보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냥, ‘평’이라기보다는 솔직한 ‘느낌’이라고 받아들이고 참고해 주신다면 좋겠다. 내 느낌이 진솔할 때 다른 분의 그림책 고르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