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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과 동박새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4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4
이미숙 글, 황연주 그림 / 마루벌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진정 <좋은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 그림이 아름다운 책? 이야기가 근사한 책?
어쩌면, <좋은 그림책>이란 어느 정도는 상대적인 것일 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아이의 연령과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영양분은 흡수되질 못하고 흘러내려 버릴 것이므로. <동백꽃과 동박새>가 그랬다. 건조하고 딱딱해질 수도 있는 자연의 생태를 한편의 시화집 같이 은은하게 담아낸 좋은 그림책이었지만... 결국, 딸아이는 끝까지 읽어내질 못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용이 지루했던 것일까?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조금은 지루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네댓살 먹은 장난꾸러기를 붙들어 앉히기에는 흡인력이 약간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참에 내가 갖고 있던 <좋은 그림책>에 대한 편견을 하나 발견했다. 그림이 순수예술에 가깝고, 내용이 뭔가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싶으면 무조건 '아~ 좋은 그림책!' 하던 나. 사실 그런 것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면 숙련된 안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짜배기를 발견할지라도 그런 철학적인 그림책은 (분량이 적어 보여도) 좀 더 나이를 먹은 아이들에게 적합한 것이다. 마루벌 출판사의 시리즈에는 철학적이고 심오한 분위기의 그림책이 많다. 이제까지 봐 온 경험에 의하면, 이 출판사의 그림책은 대개 <진짜>다. 하지만, 활동적인 딸아이에게는 몇 년 후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좋은 그림책을 앞에 두고 모녀가 하품을 하는 건....그림책을 공들여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