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
이보아 지음 / 민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글쎄,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바란 것일까. <재미>일까, <지식>일까. '문화채 약탈과 반환의 역사'라는 자극적인 부제에서, 나를 뭔가 후끈하게 달굴 수 있는 <꺼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재미>와 <지식>으로 양분해 볼 때 <지식> 쪽으로 더 치우쳐 있다. 서문에서 이 책의 모태가 몇 편의 논문이라는 얘기를 할 때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그 불안은 근거가 있었던 것.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학술적 논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박물관과 문화 유산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고 하는데...글쎄, 엘긴 마블스에서 이집트 문명으로, 히틀러에서 법정을 뒤흔든 문화재 반환 사건, 혹은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으로 두서 없이 왔다갔다 하는 글들은, 일관성이 좀 떨어져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맨 뒤에 모아져 있는 주들도 찾아 읽기 귀찮았고.^^ 아무래도, 나같은 범인 보다는 문화적 소양을 조금 더 갖춘 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히틀러의 문화재 약탈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흥미진진하라고 쓴 얘기는 아니겠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나폴레옹을 능가하는 문화재 약탈가라....히틀러, 정말이지 카리스마가 대단한 사람이다.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 사건을 정리하면서는 잠시 발끈, 하기도 했다. '양도할 수 없는 프랑스 국민의 재산을 한국 대통령에게 넘겼다.'니...도대체 언제부터 조선의 서책이 프랑스 국민의 재산이 되었나? 관리 능력도 떨어지고 관광객의 발걸음도 뜸한 후진국에게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은, 세계의 문화인들에게 문화재 감상의 기회를 빼앗는 처사라고? 허허.... 그런 사람들이 남의 나라 서책 표지도 거꾸로 박아 놓나? 우리 나라가 비행기가 없어 차가 없어! 있어야 할 문화재가 남의 나라에 가 있으니 관광객이 없는 것이지, 반환만 되면 못 올 것은 또 뭐냐! 강대국들의 소행은, 정말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것'이라는 말로 밖엔 표현이 안 된다.

글을 쓰다 보니 뭔가 감이 온다. 내가 이 책에 몰입하지 못하고 겉 돈 이유. 책은 시종일관 객관적인 입장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물론 문화재 반환의 타당성을 들기는 하지만,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이유들을 열거한 후에 조심스레 내리는 소심한 결론 정도이다. 진정 일반 대중의 입장에 섰다면, 저자가 잠시나마 함께 분개해 줬어도 좋을텐데. 그 수 많은 사료와 자료들을 공부하고 당신이 판단하시오, 가 아니라, '내가 잘 아는데, 이건 잘못된 일이야~ 필히 반환 되어야지 무슨 쏘리!'하고 한 마디만 해 줬다면 책 읽기가 훨씬 신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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