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많은 다섯친구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
양재홍 글, 이춘길 그림 / 보림 / 199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번 하게 되는 말이지만, 그림책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책읽기 경험이 쌓여가다 보니 은연중에 깨달아지는 것이 몇 가지 있으니, 그 중 하나가 <우리 옛이야기는 흥행 보증수표>이다. 거 참 신기하다. 입는 것도 먹는 것도 이제는 고유한 우리 것보다 외래의 것이 더 많은데... 그래도 머리 속, 뼛 속 진기만은 토종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러주는 것인가? 여하간 이런 이유로 <재주 많은 다섯 친구>도 거뜬히 앵콜 신청을 받았다.

원근법을 부러 왜곡 시켜서 이리 기울어지고, 저리 기울어지는 배경은 생동감이 넘친다. 제 멋대로 툭툭 끼어드는 화면들도 이야기의 상상력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뼈대, 즉 고유한 옛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다. 힘이 센 단지손이, 콧김이 센 콧김손이, 오줌 많이 누는 오줌손이, 배를 메고 다니는 배손이, 무쇠신을 신은 무쇠손이...이 해학 만점의 다섯 친구가 떠나는 모험은 읽을 때마다 흥미진진하다. 이야기 속 호랑이들은 악역이 분명한데 사실 그렇게 무섭질 않다. 민화 속에서 갓 빠져나온 것 같은 동그란 눈을 한 이들은 아무리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도 만만하기만 하다. 그래서 옛이야기가 더 흥겨운건가. 때로는, 액션 영화의 뻔한 공식(=주인공은 살아남는다)이 있기에 영화감상이 더 여유로운 것 처럼, 아이와 나는 호랑이가 덤벼도 긴장하지 않고 책 읽기를 즐겁게 마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옛이야기가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과는 달리 다섯 친구는 호랑이들을 물리쳐서 부귀영화를 얻지는 않는다. 그들은 또다시 세상 구경을 떠난다. 해지는 망망대해 위로 배를 저어 나가는 마지막 장은 승리의 여흥에 앞으로의 모험에 대한 기대를 더해서 근사하게 마무리 짓는다. 읽고 나면 든든한, 우직한 재미가 있는 괜찮은 그림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냐 2004-04-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 접수 했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