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첵 필립 K. 딕의 SF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필립 K 딕이란 이름을 처음 듣게된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로부터 였다. 존경하는 작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필립 K 딕의 상상력을 존경한다고 했다. 세상에, 상상력이라면 베르베르를 따라갈 자가 또 있는가? 그런 작가에게 인정받는 작가라니! 놀라운 마음에 자료를 뒤져보니, 필립 K 딕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음....꽤 유명한 작가였군.^^;) 마침 영화 덕에 한층 유명세를 탄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구해 읽었다. 와, 머리 속에 폭탄을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정말! 이런 상상력도 존재하는구나!' 그 한 권에 홀딱 반해 팬이 되기로 작정한 것 치고는 다른 작품을 구해 읽는 것이 꽤 늦어졌다. 그런데, 이 작가의 상상력....첫 인상은 강렬하지만, 그것이 매번 같은 강도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작품의 스타일이 너무도 뚜렷하고 확고해서일까? 디스토피아인 미래세계, 시간여행, 기계와 인간....그런 고정된 분위기 때문에 사뭇 다른 소재와 다른 줄거리도 마치 전에 한 번쯤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하긴, 내가 필립 K 딕을 알기 전부터 각종 문학과 영상이 이 작가를 울궈먹었을테니....)

대표 단편인 <페이책>은, 이제껏 듣거나 본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들 중 가장 신빙성이 있고 현실감이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는 반전이 좀 약했다. <황혼의 아침식사>와 <작은 도시>는 마치 예전의 인기 외화 시리즈 <환상특급>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지만, 역시 그다지 놀라운 결말은 아니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과 <안정성>은 시간과 발전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시작하게 했지만, 역시 별 재미는 없었고.

글쎄, 내가 필립 K 딕에게 계속 자극적인 반전의 말초적인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는 사실 자체가 좀 잘못된 것 같다. 이 작품들은 모두 50년 전에 쓰인 것들인데, 50년 전에 예견한 미래사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반전과 재미를 찾다니...^^ 그런 즐거움은 첫 작품에서 맛 본 것으로 만족하고, 앞으로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진중한 메세지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 기대가 원체 컸던 것이지, 작품이 별로는 아니라고 변론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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