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제부터인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거나, 신문에 대문짝만한 광고가 나거나, 어떤 문장부호가 제목인 TV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책은 피해가려는 책 고르기 기준이 생겼다. 생각해 보건데, 이것은 요새 만연한 '책 읽기 운동' 붐과 맞물려 생긴 성향 같다. 그 자체는 참으로 지향할 만한 훌륭한 현상이나, 책읽기 운동 시류에 편승한 베스트셀러를 읽고 있으면, 괜히 '1년에 책 한 권도 변변히 읽지 않는 한국인'의 범주 안에 덩달아 포함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하긴, 더 큰 이유는 위에 열거한 요건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책이 내 취향과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나라 독서 문화는, 책을 읽으면 뭔가를 꼭! 배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물들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애매모호한 기준의 교양, 돈 버는 법, 아이 키우는 법, 하다 못해 인생 사는 법이라도 꼭꼭 가르치려 든다. 책 읽는 최고의 이유는 '재미!'이고, 제일 싫은 책은 '내게 뭔가를 주입하려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사이가 나쁠 수 밖에.

각설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은 내 보관함이나 장바구니에서 멀찍히 떨어져 있었다. 머리 복잡한 어느 날, 도서관 서가에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빌려든 것 뿐이었다. 그런데...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은, 나의 한심한 편견 때문에 이 책과의 만남이 늦어진 것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들이다. 진정한 사랑을 아는 할머니 보니 비, 자연을 이해하며 또한 자연의 일부인 할아버지 웨일즈, 수령을 알 수 없는 고목같은 윌로 존과 따뜻하고 현명한 와인씨...그들이 작은 나무를 대하는 모습에서, 나는 '배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새로이 배웠다.

그리고 그런 인물과 어우러지는 자연의 모습은 읽는이를 끊임없이 미소짓게 한다. 즐거운 여우몰이와 버찌를 과식해서 기절한 작은 새의 얘기를 읽고 어찌 웃지 않을 것인가!

그렇게 책 속의 사람들, 책 속의 생활에 정신없이 몰입해 있었기에 작은 나무의 고아원 생활에는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다. 되찾은 행복 뒤에 연이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 얼마나 울었던지. 원래 책을 보고 잘 우는 나이지만, 이렇게 야밤에 꺼이꺼이 운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작은 나무의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그 날들을 넘어다 보는 시간동안 더없이 행복했다. 책과 함께 하는 동안만큼은 흉흉한 현실에 자꾸 추워지던 내 영혼도 잠시 따뜻이 덥혀졌다. 그래, 진정한 베스트셀러의 자리는 이런 책이 차지해야 할 것이다. 배울 사람은 배우고, 쉴 사람은 쉬어 갈 넉넉한 여지를 품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같은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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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Kid 2004-03-2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동안에는 충만되고 따뜻한 느낌에 좋은 책을 읽었다면 책장을 덮지만....
어디서 읽은 것같은 그런 느낌을 좀 받아서요...줄거리나 인물들이나....흡사 초원의 집류의 시대적 분위기때문인지도 모르지만요....아니면, 책을 좀 표면적으로 읽어서일까요?(제가 좀 그런 편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