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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숨바꼭질 ㅣ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그림, 수에요시 아키코 글,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처음 책을 넘겨본 순간, 마리 홀 에츠의 <숲 속에서>가 떠올랐습니다. '이거...표절 아닌가?'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숲속 숨바꼭질을 마친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기분이 드네요. <숲 속의 숨바꼭질>에 홀딱 반해서, '표절은 무슨, 아이디어를 빌려왔을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지.'하고 무작정 편을 들어주고 싶어졌어요. 읽어 주기 전에는 내용이 좀 길지 않나 싶었는데, 아이가 책에 너무 몰입을 잘 해서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오빠와 달리기 시합을 하던 민희가 울타리 밑 구멍으로 기어들어 간 순간, 평소엔 모르던 깊은 숲 속으로 접어들게 되지요. 거기에서 숨바꼭질 요정을 만나게 됩니다. 민희는 술래가 되어 여러 동물들을 찾아 내고, 이번엔 숨바꼭질 요정과 함께 꼭꼭 숨었는데...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파트 단지네요.
아이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 매끄럽고 재미있게 잘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멋진 것은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이죠. 온통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숲 속 정경도, 나뭇가지 팔다리를 하고 나뭇잎 모자를 쓴 숨바꼭질 요정도 새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환상적인 숲에 동물들을 어찌나 교묘히 잘 숨겨 놓았는지, 지금껏 스포츠 신문에서 보던 숨은 그림 찾기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딸아이도 처음에는 잘 못 찾겠다고 투정이더니, 옆에서 살짝 힌트를 주며 북돋아 주니 뚫어져라 화면을 보며 집중하더군요. 요 며칠은 매번 읽어달라며 이 책을 들고 옵니다. 어제는 '엄마, 나도 여기 가서 숨바꼭질 하고 싶다.'하더군요. '엄마도~' 정말, 딸아이와 은행잎 소복한 아름다운 숲에 가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