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부엌에서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스 샌닥, '그림책계의 피카소'라는 별명이 딱 어울립니다. 주인공 미키가 벌거벗었다고 다시 옷을 입혀 그리라 강요하던 시대에,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펼쳤을까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이어 아이에게 <깊은 밤 부엌에서>를 읽어 주며 느낀 것인데, 샌닥의 그림책에는 어떤 마법 같은 능력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은(특히 동심을 잃고 피폐해진 나같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마법. 그래서 아이들은 그의 그림책에 무조건 푸욱 빠져 듭니다.

녹색과 푸른색이 주를 이루어 환상의 세계를 펼쳐 냈던 <괴물들이..>와 달리 이 책에서는 포근한 느낌의 갈색과 황토색이 넘쳐납니다. 아마도 '부엌'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그만큼 정겹고 포근해서가 아닐까요? 하긴, 다른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이 화면 전반에 넘치는 빵 반죽이 갈색과 황토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미키가 끌고 나가는 이야기는 가끔 우리 딸아이가 지어내는 이야기만큼이나 황당하고 일관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이들은 더욱 빠져듭니다. 게다가 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침대에서 떨어져내리는 미키와 침대로 돌아오는 미키를 그려 넣음으로써 '이것은 꿈입니다'하는 구차한 설명 없이 매끈하게 마무리 됩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를 한 결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노래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요리사들이 부르는 노래는 테너톤으로 우스꽝스럽게, 미키의 노래는 귀엽고 깜찍하게...물론 마음과 같이 목소리가 따라주진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깔깔대며 좋아합니다.

'난 밀크가 아니야, 밀크는 내가 아냐! 난 미키란 말이야!'등의 여러 문장을 보면 아마도 원작에서는 영어 발음의 압운을 살려 재미있게 표현되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기회가 닿는다면 외서로도 구입해서 영어 말놀이 책으로도 쓰고 싶습니다. 똑같은 책을 우리말과 영어로 두 권 갖게 되면, 아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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