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잡은 피리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8
강무홍 글, 김달성 그림 / 보림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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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창 우리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요즘, 다양한 전래동화를 들려 줘야 할텐데...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외국 그림책들에 비해 전래동화 그림책은 양과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더군요. 어쩔 수 없이 방문판매하는 전집을 구입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차에 <호랑이 잡은 피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마땅히 대출할 것이 없어서 뽑아 든 것인데, 기대 이상이라 아이도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 세대는 '세계명작' 세대잖아요. 소공녀나 십오소년 표류기의 줄거리는 그토록 생생한데, 이 이야기는 언젠가 들은 듯 하면서도 새로왔습니다. 하긴, 어쩌면 정말로 못 들어본 얘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것이라서 그런 친숙한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죠.

다른 여러 분들이 칭찬하셨듯이 뭐니뭐니해도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빛깔 고운 수채화로 우리네 옛 모습이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그림이 좋다죠? 딸아이도 장승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묻더라구요. 마침 같이 빌려온 <시장 나들이>(솔거나라)에도 장승 그림이 있기에 이거랑 같은 것이고, 마을을 지켜주며, 이름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고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 처나대장 지아여장~' 하는 아이의 까만 눈이 어찌나 귀엽던지^^

중간에 여우가 재주를 넘어 둔갑하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삼형제를 졸졸 따라다니는 동물들 또한 귀엽구요. 막내의 피리에 맞춰 춤을 추는 다람쥐며 토끼며는 어찌나 잘 표현되어 있는지! 정말 덩실덩실 어깨춤들을 추는 것 같답니다.

더불어 그림을 받쳐주는 글도 탄탄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재미가 사뭇 다르잖아요. 특히 옛이야기는 그렇죠. <호랑이 잡은 피리>는 사건들을 적절한 리듬으로 느슨하지 않게 끌고 갑니다. 그리고 슬픔, 공포, 모험, 성취 등의 다양한 테마와 느낌을 장면마다 잘 살려서 읽어 주는 저도 듣는 아이도 함께 흥이 납니다. 한 이야기에서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전래동화 이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저도 처음에는 글씨가 좀 작다 싶었지만 아기자기한 그림을 해치지 않으려면 그 정도 크기가 적합할 듯 싶습니다. [까치호랑이]라는 전래동화 시리즈로 스무 권 가까이 다른 이야기가 있더군요. 우리 것을 소중히하는 보림이기에 기대가 큽니다. 권당 만원을 호가하는 전집보다 이렇게 한 권 한 권 공들인 전래동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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