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아름다움 - 김영숙 아줌마의 도발적인 그림 읽기
김영숙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사실, 책은 가끔 그 내용을 떠난 자체로도 아름답다. 겉모습만 보고도 반하는 책이 가끔은 있는 것이다. <지독한 아름다움>이 바로 그랬다.

경박할만큼 얇지도, 부담스러울만큼 두툼하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와, 그림을 담아내기 위해 키웠는데도 화집이라기보다는 책으로 느껴지는 크기. 만져보면 보송보송한 무광의 표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 제목... 하, 이쯤되면 칭찬이 아니라 거의 '찬양'인가?

겉모양이 그렇게 마음에 쏙 들었기에 도리어 책 내용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유행인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림 읽기'책 중 몇 권을 접했지만, 거기서 거기, 그림 좀 아는 사람들의 어줍잖은 인생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아슬아슬하게 중도를 잘 걸었다고 해야 하나. 기존의 그림 읽기가 지나치게 개인적인 느낌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단순한 정보 전달이거나...양 극단에 치우쳐 있었던 반면에, <지독한 아름다움>에는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당시의 시대상을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통쾌한 감상이 있다.

그림에 대해 정말 궁금했던 기본적인 지식, 예를 들어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티의 결혼식'에 부풀어 오른 신부의 드레스를 보면서 나는 정말로 속도 위반을 의심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 시대의 패션 경향이었다니...ㅋㅋㅋ

그리고 감상하는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통쾌함! 들라크루아의 '자식을 죽이는 메데이아'를 보며 메데이아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이아손이 왜 영웅이 되었는가를 짚어 내는 실력은 대단했다.

-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지독한 메데이아 때문에 제 손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는 한 남자를 영웅이라 말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비롯된 집착과 광기도 신물나지만 이럴 때에도 역시 남자는 하는 일 하나 없이 영웅이 된다. 그저 그 지독한 여자와 살아주었다는 것만으로도. 111p '이 왕관이 당신 몫이던가? 中 -

이 반어법...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서야 어떤 그림을 읽어 내는 것이 그저 지식만으로도, 넘치는 감상만으로도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감상이 앞서 왔다 하더라도, 저자의 말대로 사랑하게 되면 알고 싶어지는 것이 아닌가?

공부가 귀찮아서 잠시 제쳐 놓았던 미술의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상에 펴 놓으려고 한다. 정말 그 '지독한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껴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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