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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닥터 푸르니에, 분명 미워해야할 사람인데도 어느결에 그가 이해되고, 그의 어이없는 유머에 웃음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말에 보니 이런 느낌이 나만의 것은 아니더군요.
왜 많은 이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마도 글쓴이의 심정이 글에 잘 배어들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제 성인이 된 글쓴이가 아버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를 은연중에 이해하게 되고, 그럼에도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상처가 크기에 어느 순간에는 그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겠죠.
그나저나, 참으로 지독한 반어법입니다. 투명한 동심의 거울에 비친 닥터 푸르니에의 기행에 순간순간 숨이 멎을 듯 화가 났습니다. 저녁식탁에서 '장난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는 아버지라니... 하지만 처음에는 마냥 화가 나고 어이가 없던 기행들이 되풀이될수록 정말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나라고 부르짖는 닥터 푸르니에의 외침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더군요.
마지막에 정말 실존하는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과 지은이의 용서의 말은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모든 감정을 일시에 완결지어 주는 힘이 있습니다. 대단한 작가입니다. 짧은 글에 그토록 많은 감정을 실어 내고 또 그 감정들을 몇 줄로 단번에 마무리 하다니! 그러기에 읽는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글 속에 사로잡힙니다.
쉽게, 빨리 읽히지만 오래가는 여운을 남기는 좋은 책입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한 듯 보이는데, 저는 어떻게 될지...역시 많은 시간을 들여야 그 답이 보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