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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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 전 애즈러 잭 키츠도 당연히 흑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백인이더군요. 그가 피터를 그려내는 것은, 인종문제에 민감해서라기 보다는 흑인 꼬마 주인공이 전형적인 서민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맞춤하기 때문이었답니다. 일부러 딴지를 걸라치면, 이것도 흑인=가난이라는 일종의 인종차별 의식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면 느낌이 오니까요. 빨간 옷을 입은 작은 아이, 피터의 귀여운 모양새를 보자면 작가가 이 캐릭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피터의 노는 모양에 빠져들면서 아이의 피부색 같은 건 아무 상관 없이 받아들일 거구요.

무엇보다도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글 없이 그림만을 넘겨도 피터의 기분이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올 정도로요. 눈 산에서 미끄럼을 타는 그림을 보면 야!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지요. 그리고, 머리에 눈을 맞은 피터의 그 표정이라니... 딸아이에게 '피터가 어떻게 하고 있어?' 하고 물었더니 고 귀여운 표정을 그대로 따라해서 한참을 큭큭대고 웃었습니다. 글 또한 그림에 잘 녹아들어 술술 읽힙니다. 아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흐름에 빨려들었는지 딴청 한 번 안 부리고 잘 보더군요.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는데, 아이는 아직도 가끔 피터를 찾습니다. 하지만 저는 '겨울이 오면 사 줄 책'목록에 담아놓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지요. 겨울이 오면, 그리고 눈이 오면 눈 오는 날을 다시 읽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뛰어나갈 겁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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