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시네마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어머니'하면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어머니를 제쳐두고 따뜻한 모성, 고향같은 존재, 뭐 그런 느낌을 떠올린다. 언젠가 국내 소설 '마요네즈'를 읽으면서는 그런 어머니를 모두 뒤엎는 이미지의 어머니를 보며 당황스러웠다.

'가족'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포근한 사랑의 구성원들, 언제나 나의 우방인 사람들...그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줄줄이 꼬리를 물기 십상이다. 그런데 가족시네마는 그런 집단무의식에 일침을 가한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뒤틀려있는 군상이다. 사치를 좋아하는 허영덩어리 엄마는 모성보다는 여자로서의 본성이 더 강한 사람이고, 무능하고 엉뚱한 아버지 역시 사랑표현에 서툴러서 가장으로도 아빠로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한 때는 꿈나무였던 남동생도 어느새 땔나무(?)로 전락한 신세이고...게다가 뾰족뾰족 온 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는 듯한 주인공도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이들 모두가 모여있는 장면은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버무려도 어울릴 수 없는 재료들처럼 어색하고 삐그덕 거리는 사람들. 사실, 별 다른 정리(?) 없이 스르륵 끝나버리는 결말부를 읽고는 도대체 주제가 뭔지, 어떻게 느껴야하는지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유미리는 굳이 가족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비틀어진 모습의 가족이라는 건 망가져가는 현대의 가족을 보여주기만 할 뿐 아니라 더 확대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도 비추고 있는게 아닐까.

어려운 작가다, 유미리는. 하지만 감성으로 읽어야함에도 자꾸 이성적인 분석의 잣대를 들이밀게되는 괴리감 역시도 유미리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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