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창공사 / 199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류는 '마력적인' 작가이다. 매력과는 다르다. 나에게 즐겁고 수월하게 어필하는 것이 '매력'이라면, '마력'은...고통스럽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도 계속 나를 끌어들이는 어떤 것이다.

'SM 플레이 전문의 추한 창녀'라는 소재의 <토파즈>에서 받은 충격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데,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는 SM플레이에 강도 높은 마약 이야기까지 더해졌다. 평범한 남자가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는 한 거지의 질문을 받고 나서는 SM과 마약이 뒤엉킨 세상에 발을 디디게 되는 이 이야기는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심한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게이코라는 독특한 여성에 대한 묘사가 특출나서 그런 괴리감을 딛고 끝까지 작품에 몰입하도록 독자를 유도한다.

책을 덮은 후의 감상은 <토파즈>와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을 읽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두통과 구토감. <이비사>와 <우울과 부드러움의 이야기>를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놓았는데, 글쎄, 당분간은 류의 작품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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