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제 주요 관심분야는 순문학, 특히 소설분야입니다. 그리고 싫어하는 분야가 있다면, 수필과 사회학 관련 서적이지요. 이런 저런 잡다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를 받아들었을 때, 큰일이다 싶었죠. 이 책은 수필+사회학 작품인데다가 무지하게 재미 없게 보였거든요. 하지만 지루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소소한 재미와 함께 책장이 술술 넘어가더군요. 끝까지 읽게 되어 참 뿌듯했습니다. 심한 책편식 도중에 오랜만에 영양가 높은 책을 읽은 것 같아서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생각한 것은 내가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착각을 하고 있었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자가 가장 많이 부딪혀온 편견 '가난은 무지, 혹은 게으름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것이 바로 제 생각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난을 그 사람의 환경이나 조건이 아닌, 특성으로 인식해왔다는 점을 새삼스레 깨우치고 부끄러워지더군요.

내 주변에도 이러한 소액융자 시스템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하는 자문에 대한 답은 일차로는 '없다', 이차로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었구나' 였습니다.
이것은 비단 제 개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황금만능주의로 치달아가면서 인생을 질보다는 양으로 살아가려는 사회가 아닙니까.(엥? 갑자기 왠 비분강개?^^;)

가난하고 배고픈 소수는 돌아보지 않고 부유한 소수만을 바라보며 어떻게하면 그 부류에 편입될까, 어떻게하면 그 부류와 최대한 닮을 수 있을까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는 사람들... 저 역시도 그 사람들 중의 한 명 인것입니다.

분명히 아직도 결식아동이 있고, 노숙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라민 은행의 소액융자가 우리 나라 현실과는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된다는 점은,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은 눈을 감고 무시하기만 했던 안일함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땅에 떨어져있는지를 재고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무담보, 무보증에 오직 신뢰 하나로 융자를 하는 은행, 상환률이 98%에 육박한다는 이 이야기가 분명 소설이 아닌 실화임에도 왜 자꾸만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지... 천 원이면 이 아이들이 한 달동안 굶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하는 광고를 보고 우리 나라 사람 모두 천 원씩만 걷으면 저 나라 아이들 모두가 한 달동안 잘 먹을 수 있겠네? 하던 단순하고 명료한,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생각. 대나무 의자 한 개를 만들 값이면 이 가정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네? 하는 생각도 굳은 사고로 보면 그저 이론에 그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무하마드 유누스는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실천에 옮기고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화같은 이야기,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의 제일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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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3-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입니다. :)

진/우맘 2006-03-17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접한 리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딸기 2006-03-23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도착했어요. 근데 아직 읽지는 못했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