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말이 그 사람을 보여주듯, 글 또한 쓴 사람의 모습이 어느정도 묻어나게 되어 있다. 영원한 리베로의 글들도 그러했다. 요만큼의 오버도 없이 담담하고 성실한 글.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글. 쉽게 읽히지만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그 글들은 홍명보가 잔디 위에서 보여주던 든든한 플레이와 무척 닮아있다.많은 선배들이 계신데 내가 이런 책을 펴내도 될 지 모르겠다며 머뭇거리는 그의 겸손함도 진솔한 글들을 한층 더 가치 있게 하였다.

크게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별 지루함 없이 끝까지 읽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문장 하나하나에 진실함이 배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질의 종이에 보기 좋은 사진들이 적소에 배치된 편집도 한 몫 했다. 홍명보의 귀여운 아기 사진같은 것도 재미있었지만, 중간에 크게 들어간 황선홍의 미소도 정말 압권이다.

결정적으로 적시에 출간된 책이다. 국민 모두가 월드컵이라는 축제에 홀려 있는 요즘, 축구, 게다가 우리의 우상이 된 축구 선수의 자서전이라니...누가 찬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도 5월 출간 직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 정도로 칭찬을 늘어놓지는 않았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별도 한 두 개쯤은 뺐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련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사람냄새에 푹 취한 이 기분을, 그런 어설픈 냉철함으로 깨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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