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 속의 뼈 -상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대산출판사(대산미디어)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었던 스티븐 킹의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그 다음은 '유혹하는 글쓰기', 그리고 뒤이어 '자루속의 뼈'를 추가하기로 했다. 한창 스티븐 킹에 빠져있는 내게 조악한 번역과 편집으로 찬물을 끼얹은 '드림 캐쳐', 그 실망했던 마음을 자루속의 뼈가 충분히 위로해 주었다.

'공포'라는 면에서는 그의 이전 단편들보다는 조금 뒤쳐진다. 아니, 뒤쳐진다는 표현은 적합치 않다. 질이 다르다고나 할까. 짜릿할 정도로 오싹한 두려움을 주던 기존의 공포와는 달리 자루 속의 뼈에서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별장 '웃는 사라'를 둘러싼 알 수 없는 기운처럼 음울하고 묵직한 공포가 전면에 걸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자란 스릴을 채우고도 남을만큼 멋진 사랑이야기가 있다. 부록으로 스티븐 킹 자신의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 작가론까지. 마이클 누난의 모델이 본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아내 조애너와 그에 대한 사랑도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그려졌던 스티븐 킹의 아내와 닮은 구석이 많다.

매티와 행복한 해피엔딩을 이루었다면 내 마음이야 말할 수 없이 뿌듯했겠지만, 그녀가 죽고 난 후 키라를 지키기 위한 극적인 사투의 속도감은 즐길 수 없었을테니 아쉬움을 접을 수 밖에. 그런 진부함을 살짝 비켜가는 재치 때문에 더욱 스티븐 킹에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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