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캐처 1
스티븐 킹 지음, 김현우 옮김 / 창해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그저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대중 작가정도로만 생각해오던 스티븐 킹을 재평가하게 된 것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를 읽고부터 였습니다. 그저 가볍게 한 번 읽고 말기에는 아까운 '뭔가'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런 은근한 흠모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강렬한 열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이란 재미있어야한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이 작가의 작가론, 소설론에 홀딱 반한것이지요. 드림캐처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후 바로 읽기 시작한 스티븐 킹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첫 장을 펼치자 즐겁고 신나던 기대감에 찬물을 쫘악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위, 아래, 좌, 우의 널찍널찍한 여백과 큼지막한 글씨는 독자를 편안한 독서로 이끌기 위한 배려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했습니다. 총 네 권이나 되기에 오랜만에 스티븐 킹이 대작을 써 냈구나! 하고 감탄했건만은...총 분량은 두 권짜리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보다 결코 많아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몰입해 들어가기 전에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기분을 망쳤습니다. 번역하시는 분은 자기가 어떤 내용을 번역하고 있는지 알고나 계셨는지... 주인공들의 이름이 자꾸 잘못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바비는 벌써 밖에 나가있는데 어떻게 바비의 발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지, 참내. 책의 도입부, 주인공들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그런 실수들이 반복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부분이 잘못된 것이 확실한지 계속 다시 읽어야 했고 그렇게 딴지가 걸릴 때마다 스티븐 킹 소설 특유의 속도감을 따라잡을 수 없어 작품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밖에도 따로 국어를 전공하지 않은 저도 확실히 알아채고 눈살을 찌푸릴만한 문맥의 오류도 군데군데 두드러졌습니다. 그저 매끈하지 못하다...정도가 아니라 이건 문법적으로 확실히 틀렸다!고 생각되어 접어 놓은 부분을 주인공 이름의 오류 때문에 접어 놓은 부분과 합해보니 한 권에 적어도 네댓번은 접혀있더군요.

드림 캐처 자체는 여러 면에서 스티븐 킹의 작품 중에 평작은 되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의 팬이라도 그렇지... 성의 없는 번역과 상술이 들여다보이는 편집으로 흥이 깨지자 즐거운 독서는 커녕 불쾌하고 지루한 시간을 힘들게 버텼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가 문장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작가인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난 직후였기에 그런 불쾌감은 더 심해졌던 것이겠지요.

우선 제가 확인한 부분이라도 수정을 요구하는 메일을 출판사 측에 보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성의 없는 번역이나 권 수 늘리기를 목적으로 한 뻥튀기 편집이 더이상 독자를 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