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전혜성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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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어머니의 모습은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다.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끊임없는 사랑. 태어난 그 순간부터 어머니였던 것처럼 모성애로 점철된 그 모습이 현실에도 여과없이 적용될 수 있을까? 마요네즈는 기존의 소설과는 판이한 스타일의 엄마를 보여준다. 일찍이 철이 난 딸에게 세 살배기 아이처럼 묵직한 짐이 되는 철없는 엄마. 아버지 병구완은 일보는 아줌마에게 맡기고 머리에 마요네즈로 팩을 하는, 딸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아는체하면서도 한 번도 심중을 헤아려주지 않는 늙은 엄마.

그 성장기와 현재는 가족이 애정이 아닌 애증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가정이 때로는 견디기 힘든 심리적 압박의 원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은 '여성'을 억누르고 배제해야만이 '어머니'로 거듭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한다. 여자이되 여자일 수 없는 '어머니'. 소설은 아무런 결말도 제시해주지 않는다. 한바탕의 카타르시스로 극적인 관계 개선이 되는 경솔함을 저지르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곱씹어보면 그냥 깨닫게 된다. 가족이기에 그렇게 미워할 수 있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으며, 또 보듬어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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