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근친상간, 성정체성의 혼란, 죽음... 여타의 '요시모토 바나나적인' 코드들. 북극점 역시 그러한 코드를 무심하게 나열하고 있었다. 별 새로울 것이 없기에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었는데... 그러한 느낌은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고 새로운 매력들이 빈자리를 메꿨다. 카자미, 사키, 오토히코 셋일때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던 관계들이 스이라는 인물이 끼어들고 나서는 생동감 있고 꽉 차게 전개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갈수록 매력을 더하던 스이는 마지막 편지와 함께 카리스마마저 느껴졌다.

스이가 그대로 자살을 해버렸다면, 그래서 여행이 아닌 장례식이 책의 말미를 장식했다면 짜증을 누르지 못했을텐데. 모닥불 앞에서의 카자미와 오토히코의 대화는 소설이 담아냈던 모든 느낌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느낌이었다. 사위어가는 모닥불처럼. 바나나가 좋아진다. 왜 좋아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