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과 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3 (양장본)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단편소설은 대체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편 한 편 떼어놓고 보면 나름대로 훌륭한 작품이지만, 기억 속에서 빨리 용해되어버리니까요. 머리 나쁜 저는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 방금 전에 읽었던 단편의 제목이 무엇인지, 내용이 무엇인지가 아득해서 자꾸 앞쪽을 들춰보고는 합니다. 하지만 환과 멸을 읽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단편소설집의 단편들은 각각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긴 이야기를 풀어 놓는 또다른 방법의 하나일수도 있다는 것을요.

환과 멸 안의 여덟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아주 닮아 있습니다. 선병질적이고 예민해서, 한 번 상처 입으면 회복되기 힘든 감성들...그이들이 삶의 구석구석에 붙여주는 화려하고도 비참한 수식어들이 눈에 와 박혔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올려다 본 '밤의 나선형 계단'과 '맨 처음 크리스마스'도 아주 좋은 작품이었지만,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평범한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참 예쁩니다. 양장본이라고 하기에 묵직하고 엄숙한 척하는 책이 올까 걱정했는데, 표지의 신비로운 빛깔도 아주 마음에 들고, 폭이 약간 좁은 편인 길쭉한 생김은 손에 쥐고 읽기가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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