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변명 - 구도의 춤꾼 홍신자의 자유롭고 파격적인 삶의 이야기
홍신자 지음 / 정신세계사 / 199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읽은 그 때, 그 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가, 3학년이었던가... 외부에서는 물론이고, 나 자신부터도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의 곁눈질도 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던 시기였다. 그런 때에 공교롭게 접하게 된 이 책. 읽는 내내 나는 홍신자와 한 몸이 된 듯 했다. 그녀와 함께 라즈니쉬 앞에 섰고, 정글에서 숲냄새를 맡았으며, 달빛의 바닷가에 누웠었다.

50여명이 하루 종일 생활하기에는 좁다란 교실, 책과 노트를 맘껏 펴기도 어려운 책상, 새싹이 돋아날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싹둑싹둑 자르던 '자유'. 많이 억눌려 있었기에 터져 나온 반동도 컸다.

손을 드는 동작 하나,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자신의 감정을 담으면 춤이라던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 닿았던지. 사춘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을 나이에 나는 홍신자를 흠모하여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학교 옥상에서 혼자 춤을 추고는 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풀어낸 감정이었기에 마음 속에서 혼자 되삭일 수 있었다. 실생활에 일어난 사건이나 사람을 통해 '자유'의 도화선에 불이 지펴졌다면, 그 큰 증폭은 분명 외부로 뻗치거나 스스로를 망가뜨렸을것이다.

그 때에 혼자 춤추던 옥상의 공기 냄새, 환하던 달빛, 바다와 산과 도시가 모두 보이던 풍광 모두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다. 지금 다시 펴면 왠지 조악한 글씨와 거친 지질이 초라해보이지만, 책 한 권이 그렇듯 아름다운 추억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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