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한창 고민이 많고 더불어 생각도 커지던 그런시기였다.(뭐, 그때는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빈약한 학교 도서관을 뒤져서 그나마 이게 났겠군...하며 아무 생각없이 집어든 이 책을 읽고 나는 머리 속에서 폭탄이 하나 터진 듯한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톨릭 신자였던 나는 흔히들 그렇듯이 미사는 밥 먹듯이 빼먹어도 하느님의 존재는 아빠의 존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터였다.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논리라는 무기로 철저히 침공당한 그 심정이라니...몇 날 며칠을 끙끙 앓으면서 고민했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고 논설문이라면 치를 떠는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장시간 애쓴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원대한 시발점과는 달리 고민의 끝은 '언어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 신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는 작은 그릇이다' 뭐 그런 종류의 어설픈 자기합리화였지만, 그 답을 내놓고 스스로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이문열이 던지는 화두에서는 언제나 궤변의 냄새가 풍기지만 그 근원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허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의미에서 존경스러운 작가지만, 좋아할 수는 없다. 사람의 아들...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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