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 무라카미 류의 사랑과 요리에 관한 소설
무라카미 류 지음, 이정환 옮김 / 샘터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류는 제목을 역설적으로 붙이는 것을 좋아하나보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나 '토파즈'같은 예쁜 제목에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성 묘사가 등장하고, '69'라든지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같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제목의 책은 성 묘사에 관한 한 담백하고 깔끔하다.

이 책은, 제목과는 엉뚱하게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첫사랑이었던 여인과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프랑스 요리를 먹는 이야기'라고 하면 참 심심하게 들리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작품이다.

프랑스인들은 요리와 사랑을 즐기고 아낀다고 하던데, 작가가 전채부터 후식까지 시간을 들여 나오는 요리를 공들여 묘사하고 있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 어쩐지 요리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행스럽게도(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정식 프랑스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생소한 재료로 알쏭달쏭하게 요리된 음식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읽으면서도 먹고 싶다는 욕구보다는 '어떤 걸까?'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들었다. 멋진 프랑스 요리의 긴 코스를 첫사랑과 함께 먹는다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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