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1 - 반지 원정대(상)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든 것은 영화를 본 후였습니다. 좋은 점이 많은 영화였지만, 제가 정말 매료된 것은 그 안에 표현된 '세계'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이후도, 어떤 사람도 표현한 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 호빗들의 마을, 무시무시한 모르도르, 리벤델과 숲의 마님... 화면 가득 펼쳐지는 신비로운 정경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영화에서 표현 되지 못한 이면도 알고 싶다고 생각이 되지요.

우선 1, 2권 '반지 원정대'까지 읽었는데요...글쎄요, 만감이 교차하네요. 기존에는 대부분 책을 읽고 영화를 경험했는데,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어서인가...굳이 비교하자면, 제 취향으로는 영화가 더 났습니다. 특히 재미면에서는요. '너를 파헤쳐보리라!'는 식의 굳은 결심을 하고 덤벼서인지 문장에 쉽게 몰입할 수가 없더라구요. 영화라는 본판의 외전을 읽듯이, 공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기분을 들게 한데는 톨킨의 특이한 작법도 일조를 했지요.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때문인지, 구석구석 세밀하게 기술된 많은 종족들의 역사와 풍경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세계사 책같은 딱딱함이 배어있었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상상을 펼쳐보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세계를 펼치는데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인물들의 매력이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은 조금 소홀하게 다루어졌구요. 적어도 반지 원정대원들의 외모나 내력 정도는 약간씩 다루어줘도 좋지 않았을까요. 영화가 정답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레골라스가 금발 미남인지, 김리의 수염이 어떤 색깔인지, 요만큼도 짐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골룸이나 오크같은 괴물들의 모습도 말이죠.

우리나라 환타지들에서 맛볼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기대하신다면, 반지의 제왕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환타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 어떤 이유도 댈 것 없이 필독 도서 1순위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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