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이 바로 달리기이다. 다리는 천근만근, 기관지에서는 쇳소리가 나고, 가슴이 타버릴 것 같은 그 고통... 하지만 무엇보다도 싫었던 것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달려야 한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우선은, 뚱뚱보에서 멋진 초로의 신사로 변신한 피셔 장관의 모습이 너무 놀라워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살이 빠져서이기도 했지만, 뭔가 그 사람을 감싸고 있던 기름지고 갑갑한 기운이 싹 가신 개운한 모습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달리면서 살만 빠진 것이 아니라, 인생이나 정신의 군살도 함께 뺀 것이었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러야 해탈할 수 있다더니, 그도 달리면서 어느결엔가 그런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정치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고, 그 이유가 '달리기'때문이라는 것은 참 신선했다. 우리 나라 국회의원들도 몽땅 마라톤을 시키면 좋을텐데.

하지만, 난 아직 달리지 못하고 있다. 피셔는 조깅화만 신고 뛰어나가면 되니 얼마나 간단하냐고 했지만, 우리 집 근처에는 그렇게 근사한 마라톤 코스도 없고, 가뿐한 운동복과 신발도 사야하고, 시간도 부족하고...아직도 이런 푸념만 하고 있는 걸 보니, 책을 헛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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