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덮고 나서의 느낌은 웬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뭘까? 한동안 고민한 끝에 기억해 냈지요. 어린 시절 한창 유행했던 '큐브'를 맞춘 후의 느낌과 꼭 같다는 것을요. 큐브, 귀신같이 잘 맞추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 맞춰본 것이 두어번이나 될까? 몇 박 몇일을 끙끙거리며 이리저리 돌려보고, 신경질 나면 던져놓고 하다가 운 반 실력 반으로 큐브가 딱! 소리를 내며 맞춰졌을 때의 그 느낌! 정말, '죽인다'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이라는 판이한 두 공간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이야기는 떼어놓고 봐도 손색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어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2권쯤 접어들면 순간순간 석연치 않은 기시감이 느껴지지요. 그 감정은 점점 커지면서 독자를 이유없는 흥분으로 끌고 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딱! 소리를 내면서 맞춰집니다. 굉장히 짜릿한 기분이예요.

저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한 번 읽고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세 번째 읽는 지금에서야 '샤프링'이 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반복해서 읽어도 매번 다른 재미가 느껴집니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상실의 시대'만으로 하루키를 평가하고 계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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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5-04-1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말이^^ 걸작이죠 걸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