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1
조정래 지음 / 해냄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엉뚱하게도 '아리랑'을 읽고 나서 저는 마늘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앉아 은근히 풍기는 화장실 냄새와 싸우며 열심히 책을 읽고 있을 때였었어요. 논두렁에서 새참을 먹고 있던 농부에게 통마늘을 안주삼아 탁주를 한 사발 얻어먹는 장면에서, 생마늘이라고는 입에도 안 대본 주제에 어느새 입안 그득 침이 고이면서 그렇게 먹고 싶을 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집에 도착해서 가방도 풀기전에 찬밥에 물을 말아 마늘에 쌈장을 푹푹 찍어 두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던 엄마의 얼굴과 함께 그 때의 개운한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리랑을 읽으면서 울기도 많이 하고, 분개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은 일제의 탄압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생생히 살아 숨쉬던 우리네 삶이었습니다. 끈끈한 정과 순진한 민심이 천성인 우리 민족, 그러한 민족성이 깔려 있었기에 질긴 외세의 탄압에도 그 맥이 끊기지 않고 면면히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고려청자 조선백자도 중요한 우리 문화이지만 아리랑을 읽고 나서 저는 '민족성'이라는 것이 무었인지, 또 우리네 민족성이 얼마나 정감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태백산맥보다 아리랑을 윗길에 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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