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공지영과 신경숙에게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었던 나에게 하성란은 상큼한 도발이었다. '선입견이 많은 사람'은 싫어하면서도 나같이 무수한 선입견을 짊어진 사람이 또 있을까. '예쁜 여자는 글은 별로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지, 겉장 안에 예쁜 작가의 사진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선입견 덕에 글읽기는 더 감칠맛이 났다. 기대가 작았기에 기쁨도 컸다고나 할까. 20살 진명이의 내면 세계를 상황을 통해 들여다보게 만드는 글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아침마다 가방을 안고 달리는 진명이. 결국 선명이 죽은 후 더 건강하고 성실해졌다는 그녀의 독백은 구구절절한 슬픔보다 마음을 묵직하게 건드린다.

그런데 끝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머리가 모자란걸까. 생각의 여지가 지나치게 많은 결말은 미국식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내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녀의 다른 글도 읽어본 후에, 꼭 한 번 다시읽기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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