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환한 대로변에 구두 한 짝이 떨어져 뒹굴고 있는 모습은,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게 왜 거기에 있는지, 사연이 궁금해진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오픈카를 타고 일탈 여행을 떠나면서 흥에 겨워 운동화를 벗고 만세를 부르다가 떨어뜨린 구두? 어젯밤, 남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한 아가씨가 해명하려고 따라오는 그에게 '가버려! 필요 없어!' 하고 던진 구두? 공상은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백일몽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런 모티브에 대해 유쾌한 상상을 펼칠 수가 없게 되었다. 어떤 공상이든 그 끝은 어둡고 음산한 공포로 물들고 말았다. 일상에 흔히 섞여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끌어낸 공포. 그것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되는 공포는 피가 튀기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꺅꺅거리는 것과는 질이 틀리다. 좀 더 서서히 독자를 옥죄인다.

읽는 순간 당신도 엘레베이터가 두려워지고, 캄캄한 해변가가 더이상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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