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파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우 역겨웠고 매우 충격적이었다. 제목에서 받는 이미지와 내용이 이렇게 어긋나본 것은 처음이었다.(하지만 나중에 그것보다 더 어긋나는 책을 만났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ㅎ,ㅎ,ㅎ)

도대체 어떻게 이런 책이 심의를 통과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장정일과 서갑숙이 법정에 선 것이 무색했다.) 하지만 그냥 성적인 흥분이나 환상을 제공하려고 쓴 글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보는 사람을 괴롭고 슬프게 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이 글의 주인공들은 모두 '추녀'이다. 게다가 SM play를 전문으로 하는 창녀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들이다. 창녀 - SM - 추녀 뭔가 어긋나고 이그러진 것이 분명한 출발이다. 그런 시작점에서 연이어지는 과정 또한 범상치가 않다.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적나라한 광경과, 그에 버금가게 뚜렷이 보이는 그녀들의 속내. 고개를 돌리고, 보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 그것도 단숨에.

책을 덮은 후의 비참한 기분은 그녀들에 대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내가, 어느 결에 일본 사회, 더 나아가 거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넘본 것이다.

류는 묘한 소설가다. 그를 작가가 아닌 단순한 엔터테이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엔터테이너라면 왜 쉽고 편안한 길을 버려두고 이런 방법을 택할까? 외면하고 싶은 책을 끝까지 접지 못하게 하는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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