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원래 이런 류(?)의 수필집은 좋아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아이에게나, 저에게나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느긋한 성격인데다, 특수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언제나 발달이 느린 아이들을 접하게 되는 관계로 육아에 대해 조바심을 내는 편은 아닙니다. 20개월이 된 우리 아기는 그 흔한 교육용 비디오 한 편 없습니다. '3세 이전에 비디오를 보여주는 건 나쁘다고 했어'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요.

하지만, 여기엔 많은 중간 생략이 있지요. 3세 이전에 (질이 낮은) 비디오를 (장시간, 일방적으로) 보여주면 나쁜 것을, 그냥 나 편할대로 해석한 것이지요. 어설픈 부모가 아이를 게으르게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어쩌면 게으른 것이 과욕보다는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아이의 발달단계, 심리, 교육학에 관련한 공부를 할만큼 했고, 요즘 조기교육에 거품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도 '남들 다 하는데' 그냥 두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핸드폰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그것도 대단하지만, 이것은 몇 배의 용기와 신념을 요구하지요. 이 책을 곁에 두면 흔들리고 불안한 마음에 작은 버팀목이 될 것 같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내가 게을러서, 돈이 없어서 아이에게 잘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잘못된 반성에 면죄부를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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