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스즈키 코지 지음 / 씨엔씨미디어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웃을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른이들에게 소개할 때 언제나 제가 하는 말입니다. 제 말을 듣고 웃으며 책을 읽은 이들은 '정말 그렇네요' 하고 동감하곤 하지요. 저런 잡다한 콩글리시가 딱이다!하고 들어맞는 책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링'으로 코지를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 1, 2권 까지는 '그냥 참 재미있고 오싹한 책'이라고만 생각했지요. 그러나 3권을 읽고는 이 작가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습니다. 한 인간의 머리 속에 이런 무한 공간이 들어 있을 수 있다니!!!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카메라 앵글 있죠? 처음에 주인공 얼굴을 비추다가 쓰왁! 하면서 주인공이 달리는 도로가 잡히고, 또 쓰왁! 하면서 그 도로가 나 있는 거대한 평원이 잡히는 식의 편집 말이예요. 책을 읽었음에도 그런 시원한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링 세 권 모두에서 느꼈던 것보다 두 배는 높은 강도의 후련함을 <낙원>에서 한꺼번에 느꼈습니다.

신화, 낙원, 사막이란 이름의 각 장은 하나의 중편 소설로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뛰어난 세 개의 모티브를, 모두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을만큼 매끈하게 어우르는 결말은, 스즈키 코지가 결코 상상력만 풍부하고 문장력은 받쳐주지 않는 몽상가가 아닌 진정한 소설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연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코지를 재평가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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