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아이를 낳고 나면 호르몬의 작용이라나요? 머리카락이 한 번 좍 빠지고 새로 나는...일명 털갈이를 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숱 없고 힘 없는 제 머리카락...빠지기까지 하니 초라하기 그지없어 미용실에 가서 셋팅 파마를 했지요. 긴긴 시간 무거운 잡지책 들고 팔 아파하기 싫어서 마침 가방에 있던 '에곤 실레'를 읽었습니다.
미술치료 공부 하면서 알게 된 화가인데요, 뭉크만큼이나 연구 대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화가의 주특기가 적나라한, 요즘 말로 하면 '헤어 누드'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 눈이 나빠서 안경을 벗고 있으면 책을 20cm 이내로 바짝 당겨봐야 하거든요.
열심히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찌릿 뜨끈 하더군요. 결코 셋팅 파마 기계 때문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돌아 보니 심각한 인상으로 들여다보다가 황망히 시선을 피하는 남자 스텝. ???! 허걱, 제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바로 옆 페이지에는 이 화가의 자화상이...그냥 자화상이 아니라 벗은...게다가 벗고 무언가 민망한...-.- 하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덮으면 더 이상하잖아요? 예술 작품인데 말이죠. 그래서 끝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민망해서 머리에 김이 난 덕분인지 파마는 잘 나왔더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