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아이를 낳고 나면 호르몬의 작용이라나요? 머리카락이 한 번 좍 빠지고 새로 나는...일명 털갈이를 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숱 없고 힘 없는 제 머리카락...빠지기까지 하니 초라하기 그지없어 미용실에 가서 셋팅 파마를 했지요. 긴긴 시간 무거운 잡지책 들고 팔 아파하기 싫어서 마침 가방에 있던 '에곤 실레'를 읽었습니다.

미술치료 공부 하면서 알게 된 화가인데요, 뭉크만큼이나 연구 대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화가의 주특기가 적나라한, 요즘 말로 하면 '헤어 누드'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 눈이 나빠서 안경을 벗고 있으면 책을 20cm 이내로 바짝 당겨봐야 하거든요.

열심히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찌릿 뜨끈 하더군요. 결코 셋팅 파마 기계 때문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돌아 보니 심각한 인상으로 들여다보다가 황망히 시선을 피하는 남자 스텝. ???! 허걱, 제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바로 옆 페이지에는 이 화가의 자화상이...그냥 자화상이 아니라 벗은...게다가 벗고 무언가 민망한...-.-  하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덮으면 더 이상하잖아요? 예술 작품인데 말이죠. 그래서 끝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민망해서 머리에 김이 난 덕분인지 파마는 잘 나왔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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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1-2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잘 나오면 기분이 좋죠^^ 맘먹고 미장원 갔는데 머리가 안나오면 속상하잖아요..몇달은 그스타일을 해야하는데..미술치료를 공부하시나봐요? 이글을 읽으니 그누드보고싶어지네요 ,,이렇게 뻔뻔해지는것도 아줌마 호르몬 덕이겠죠?

진/우맘 2003-11-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 호르몬...ㅋㅋㅋ 에곤 실레가 매우 흥미로운 화가이긴 하지만, 사실 전 '예쁘고 화려한'그림을 더 좋아합니다. 클림트 같은. 실레의 그림은 누드이고, 노골적이긴 하지만 왠지 야하다기 보다는 우울하고 속상한 기분이 들어요.

sooninara 2003-11-2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교때 미술책에 나오는 화가 이외에는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