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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30.
친정(이해를 돕기 위해...그러나 철딱서니 아줌마는 아직도 '우리집'이라 칭한답니다.)에 왔다. 수능보고 시간 많은 막내놈은 매일 환타지, 무협 책을 몇 권씩 쌓아놓고 산다.
나 --- "......이런게 정말 재밌냐?"
동생 ---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웅!"
나 --- (그래도 못 믿겠다는 듯) "......진짜?"
동생 --- "엉, 이건 진짜 재밌어. 최근에 본 책 중에 가장 시간이 안 아까웠는걸!"
이녀석...바보냐. 최근에 본 책 중에 가장 시간이 안 아까웠다는 것은, 대부분의 책은 시간이 아까웠다는 것 아냐? 아무리 시간이 넘친다지만...쩝. 하긴, 가끔은 허비해야 아름다운 시간도 있는 것이다.
울 집 4남매는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때 엄마에게 "책 그만 읽고 공부 좀 해!" 소리를 매일같이 들을 정도로.^^ 그런데 아들래미라 그런가, 세대가 그런가 막내는 유독 환타지나 무협에 집중한다.
내 주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나 폴 오스터를 읽는 남자가 없다. 아니, 아예 책이라는 것을 즐겨 읽는 남자가 없다. 남자랑 얼굴 맞대고 책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와타나베(상실의 시대)같은 남자나 테드(내 영혼의 아틀란티스)같은 어르신을 곁에 두고 책 이야기를 실컷 해 보는 것이 소원이건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방님은...아마도 책 알러지지...싶다.TT 그래서 막내는 내 이상형에 가깝게 키워 보고(?) 싶은 나. 떨어져 살지만 가끔 만날때는 내 나름대로 양서(매우 기준이 모호하지만^^;) 몇 권을 꼭 던져준다. 짜식, 머리가 말랑말랑 해선지 덥석덥석 받아 읽는 것이 귀엽기 그지 없다. 그랬던 동생이 재밌다고 하니, 나도 동생의 세계에 한 번 뛰어들어 보았다.
엥? 진짜 재밌네... 신기하게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