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은 인간의 왕국 중에서도 곤도르와 로한만을 언급한다. 곤도르는 사우론의 손가락을 베고 절대반지를 빼앗은 이실두르가 건설한 왕국이다. 수도 미나스 티리스의 성벽과 백색탑, 하얀 성수로 상징되는 곤도르에는 로한의 ‘황혼의 인간’들과 달리 서역 요정의 고귀한 핏줄이 섞여 있다. 그러나 에아르노르 왕이 마술사왕에게 도전했다가 실종된 뒤 곤도르 왕가의 혈통은 끊겼고, 섭정이 곤도르를 통치해왔다. 숨겨진 왕가의 장손들은 대대로 리벤델에서 자라나고 있었으며, 아라곤에 이르러 왕위를 되찾는다. 로한은 곤도르의 동맹국이다. 청년왕 에오를은 곤도르가 야생인들의 침입을 받았을 때 기병을 이끌고 곤도르를 도왔다. 섭정 키리온은 그 보답으로 칼레나르돈 평원을 선물했는데, 그곳이 지금의 로한 왕국이다. 로한은 노란 머리를 가진 기병들의 왕국이며, 용맹한 기사들로 이름이 높다.

아라곤 엘렌딜의 장자 이실두르의 후손. 두살 때 아버지가 죽은 뒤 어머니와 리벤델에 정착했다.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 아라곤은 숲속에서 요정왕 엘론드의 딸 아웬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리벤델을 떠나 북쪽 황야를 순찰했고, 몇십년이 지나 돌처럼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아웬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 그의 별칭 ‘스트라이더’는 순찰자 시절에 얻은 이름. 아라곤은 엘렌딜이 사우론을 베는 순간 부러진 검 안두릴을 다시 벼려 들고 반지원정대를 이끌었지만, 반지의 사자와 헤어진 뒤에는 자신의 왕국 곤도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가 곤도르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 세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왕의 귀환>이 된 것이다. 아라곤은 강인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따스한 치유력을 가진 군주. 그러나 금빛나는 작은 꽃 엘라노르를 바라보면서 그 꽃이 피어 있는 숲에서 처음 만난 아웬의 이름을 부르는 로맨틱한 면도 있다. 그는 곤도르의 왕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지만, 불멸의 생명을 포기하고 그의 아내가 된 아웬보다는 먼저 죽었다.


보로미르와 파라미르 보로미르는 곤도르 섭정 세네도르의 장자로 반지원정대 중 유일하게 도중에 죽음을 맞았다. 그는 오랫동안 왕위를 비웠던 왕가의 후손 아라곤을 인정하지 못하며, 반지를 손에 넣어 그 힘으로 곤도르를 지키고 싶어한다. 오만하지만 아름다운 청년. 그는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으려 하기도 했지만, 피핀과 메리를 지키려다가 오크의 화살에 맞아 죽는다. 그의 시신을 실은 배는 안두인 대하를 지나 먼 바다까지 나아갔다고 전해진다. 그의 동생 파라미르는 형보다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간달프는 파라미르가 보로미르에게는 없는 특별한 혈통의 빛을 뿜는다고 말한 바 있다. 욕망보다 도리를 중시하는 파라미르는 팔란티르 신석의 힘에 현혹돼 자살한 아버지 대신 아라곤 왕을 맞아들여 섭정으로 남았다.

세오덴과 로한의 왕가 사루만의 마법에 걸려 나약해졌다가 간달프 덕분에 다시 깨어난 로한의 국왕이다. 헬름 협곡의 전투 며칠 전에 그의 외아들 세오드레드가 전사했기 때문에, 세오덴은 로한 제2왕가의 마지막 왕이 되었다. “위엄있는 노인”이라는 것이 그를 평가하는 여론. 로한의 기병대를 이끌고 펠레노르 평원에서 모르도르 군대와 맞서 싸우다가 나즈굴의 군주의 칼에 쓰러졌다. 그는 가장 사랑했던 막내 여동생의 아들 에오메르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눈을 감았다. 에오메르는 그를 이어 제3왕가의 시대를 열었다. “여린 봄날 아침처럼 차갑고도 아름다운” 그의 여동생 에오윈은 아라곤의 마음은 얻지 못했지만, 파라미르와 사랑에 빠져 곤도르 섭정의 아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