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과 惡,또는 그 경계에 선 인물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종족별, 인물별 총정리


■ 호빗

호빗은 제3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었다. 먼 옛날, 안개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이주해온 호빗들은 농사를 짓고 잔치를 벌이면서 평화로운 삶을 지속해왔다. 난쟁이보다 크고 인간보다 작기 때문에 ‘하플링’(halflings)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하루에 여섯끼를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르는 종족. 연초와 맥주를 좋아하고, 대부분 유쾌하며, 활쏘기와 돌팔매질에 능숙하다. 가죽처럼 질긴 털투성이 발바닥을 갖고 있어 신발 신을 필요도 없지만, 모험이나 여행과는 절대 인연을 맺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배긴스 집안의 빌보와 프로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별종이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호빗 특유의 둥근 창문을 가진, 땅에 바짝 붙은 굴집을 두고두고 그리워했다.

빌보 배긴스 빌보는 51살 되던 해 참나무방패 소린과 열두명의 난쟁이들의 모험에 동참하게 됐다(호빗은 인간보다 오래 살아서 33살을 성년으로 친다). 간달프가 그를 제몫을 해낼 인물이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너무 호들갑스럽고 겁이 많아서 그 당시엔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들은 늙은 용 스마우그가 훔쳐간 난쟁이들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 떠났고, 스마우그가 죽은 뒤에는 보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섯 군대 전투에 휘말렸다. 그 와중에 빌보는 우연히 절대반지를 손에 넣었다. 반지 덕분에 이상한 젊음을 유지하던 빌보는 111살 생일에 반지와 모든 재산을 조카 프로도에게 넘기고 요정의 땅 리벤델로 떠났다. 호빗의 역사와 두 배긴스의 모험을 기록한 ‘레드북’은 빌보가 쓰기 시작한 책. 그는 자신의 글재주를 과신한 나머지 끝날 줄 모르는 연설과 노래로 샤이어 주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다.

프로도 배긴스 반지의 사자. 부모가 물에 빠져 죽은 뒤 외가에서 자라다가 삼촌 빌보에게 입양됐다. 가끔 먼땅을 동경하는 것말고는 특별한 데가 없는 호빗이었지만, 절대반지를 떠맡으면서 중간대륙의 희망을 짊어진 존재가 됐다. 그는 “길은 잘 모르지만, 제가 반지를 갖고 떠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길을 몰라서 호시탐탐 반지를 노리는 괴물 골룸을 길잡이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무기는 난쟁이들이 벼린 은철 갑옷 미스릴과 오크가 다가오면 푸른 빛을 뿜는 요정의 검 스팅, 빌보가 예전에 쓰다가 물려준 무기들로, 여러 번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럼에도 프로도는 두번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한번은 나즈굴의 군주가 검으로 찔렀을 때고, 다른 한번은 거미 쉴롭이 독침을 놓았을 때. 이 두번의 부상은 반지를 파괴하고 샤이어로 돌아온 뒤까지도 매년 같은 아픔으로 되살아나 프로도를 괴롭히곤 한다. 전쟁이 끝나고 2년 뒤, 그는 요정들과 간달프와 빌보와 함께 바다 건너 서쪽 불멸의 땅으로 떠났다.

샘와이즈 갬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긴스 집안에서 일하는 정원사. 언젠가 요정을 만나는 게 꿈이었는데, 프로도를 따라 나서면서 수없이 많은 요정을 만나게 됐다. 샘은 운명의 산으로 향하는 프로도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다. 낙천적이고 먹을 걸 좋아해서 운명의 산 직전까지도 프라이팬과 냄비를 달고 가지만, 결국 모두 버리고 대신 프로도를 매단 채 분화구로 향한다. 반지를 대신 들고갈 수 없다면 프로도라도 짊어지겠다면서. 샘은 이런 애정이나 프로도의 손을 잡고 자는 장면 때문에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와선 로지와 결혼하고 시장이 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샘 역시 바다를 건너 간달프와 프로도와 함께 살게 된다.

메리아독 브랜디벅, 페레그린 툭 샘을 정보원으로 심어놓았다가, 프로도를 강제로 따라나선, 명랑한 젊은 호빗들. 보통 메리와 피핀으로 불린다. 이들은 어리고 호기심이 많아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모리아 광산의 오크들을 몽땅 깨우고, 팔란티르 신석을 건드렸다가 사우론의 눈을 보게 되는 것. 그러나 나무수염들에게 사루만의 악행을 알려주어서 아이센가드를 붕괴시키기도 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메리와 피핀은 나무수염들의 음료를 마시고선 키가 쑥쑥 자라 역사상 가장 키가 큰 호빗들이 됐다.

골룸

원작은 호빗과 비슷한 종족이라고 설명하지만, 영화에선 호빗으로 나온다. 원래 이름이 스미골이었던 골룸은 명망있는 여족장의 손자였지만, 절대반지를 빼앗기 위해 친구이자 사촌인 디골을 살해하면서 타락했다. 그는 반지의 노예가 되어 안개산맥으로 들어가 어둠 속에서 물고기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동굴에서 만난 빌보에게 반지를 빼앗긴 것이 그의 불행. 골룸은 반지를 되찾고자 세상으로 나오고, 간달프의 예감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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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1-2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플라시보님 서재에서도 말했지만, 샘이요, 정말 윤정수랑 닮지 않았습니까?
저 위 사진에서는 너무 샤프하게 나왔네요. 영화 내내 입매랑, 거의 없는 목이랑, 눈빛이랑, 안 닮은 구석이 없다고 감탄했는데, 별로 동의하는 사람이 없네요.TT

진/우맘 2004-02-01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결정적인 그 종아리!